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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이야기/브랜드 키우기 기획 log

회사 밖에서 나 혼자 브랜드 키우기, 첫 시행착오

 

완전 게으른 토요일을 보내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지금 꾸려가고 있는 프로젝트가 버겁다고 느껴지거나, 힘들거나, 아 그냥 때려칠까 하는 마음이 들 때마다 내 처음을 기억하고 싶어서 적는 기획log. 오늘은 힘들어서가 아니라 그냥 정기적으로 기록하고 싶어서 티스토리 블로그를 열었다.

 

지난 글에 이어서 써보자면, 우연한 기회로 만든 모임이 생각지 못한 관심을 받았고, 이걸 브랜드로 키워봐야겠다는 작은 결심을 하게 됐다.

 

그래서 매일 모임에서 나오는 귀여운 에피소드들을 인스타에 업로드했고, 스토리에 혹시 하고 싶은 분이 있냐고 수요 조사를 했다. 인스타 스토리의 설문 기능을 사용했고, 참여를 원하시는 분이 있냐고 예/아니오 답변 을 받았다.

 

생각보다 수요조사 반응이 빠르게(?) 와서 중간에 스토리를 삭제했고, '예'라고 눌러주신 20분을 파일에 따로 아이디를 기록해두었다(스토리를 중간에 지워버려서, 기록이 남지않아 이렇게 따로 기록해야했다 ㅠ).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떠올려보는 건데, 그 당시의 나는 참 어렵고 복잡하게 진행했었구나... 뭐가 그렇게 무서웠니... ㅋㅋ 싶다.

 

수요조사 이후, '예'를 눌러주신 분들을 대상으로 지정해서 보내는 스토리를 띄웠다. 그리고 스토리엔 참여방법과 한 달 동안 어떻게 진행이 될 건지를 알리는 내용을 담았고, 인스타 스토리 기능 중 질문 기능을 사용해, 진짜 참여를 원하면 전화번호를 적어달라고 했다.

 

이렇게 한 이유는, 수요조사에 참여했던 분들께 꼭 참여해야해요!! 라는 부담을 주기 싫었고, 하나하나 개인적으로 DM을 보내지 않고, 전화번호를 받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예'를 눌러준 사람 중 최종적으로 11명이 참여하기로 하였고, 결과적으로 나까지 12명이서 진행을 하게된다.

 

시작하기 하루 전에 오픈카톡방을 팠고, 모두에게 URL 을 알려주었다. 참여비는 무료였다.

 

그렇게 우당탕탕? 시작을 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10명이 되는 인원을 이끈다는 것은.. 그 인원을 같은 가치에 공감시키는 일은.. 정말 쉽지 않음을 깨달았다.

 

우리의 모임은 일상을 파고드는 모임이다. 내가 만든 브랜드의 핵심 가치는 사람들로 하여금 매일 꾸준히 일정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건데, 이 핵심가치 전달이 잘 안됐다.

 

그 전에 인스타로 전달한 가치만이 전달 됐을 뿐, 이 정도의 전달은 이벤트성에 불과했고, 한 번 전달된 것으로는 약빨이 이틀도 안갔다. 이틀째 되는 날부터 잠수타는 사람도 있었고, 사람마다 바이오리듬의 주기가 다름또한 쓸 데 없이 알게되었다... 본인이 기분 나쁜 일이 있거나, 컨디션이 안좋으면 잠수를 탔다...... 게다가 그런 분위기는 항상 모두에게 전달이 되었다... 뭐랄까 모임의 텐션? 텐션이 오락가락할 때마다, 나는 티는 안냈지만 모든 게 내 탓인 것 같아 매우 자책했고, 내가 뭔가를 놓치는 걸까? 어떤 걸 해야 도움이 될까? 라는 끝없는 고민에 휩싸이게 되었다. 

 

게다가 모임을 이끌어나가는 내게도 비효율적인 일들이 많았는데, 10명 가량의 사람을 모아두고 내가 일일이 케어하려고 하니 시간적/정신적 에너지가 매일마다 고갈되어갔고, 한 달이라는 시간이 너무도 안갔고, 이거 다시는 하고싶지 않다는 마음으로까지 이어졌다. 호기롭게 시작했고, 응원과 관심도 받았지만, 정말 힘들고 하기 싫은 것이 되어버린거다. 그 와중에 갠톡으로 컴플레인까지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이미 에너지가 없는 나에게 그런 클레임은 너무 사소하게, 작게 들렸다. 그래서 제대로 응대도 못해준 거 같다. '아아 그냥 그러시냐구~ 알겠다구~' 이정도로 대응했던 거 같다 ㅎㅎ

 

뭐, 나쁜일만 있었던 건 아니고 한 달 동안 재밌는 일도, 다이나믹한 일도 있었고, 덕분에 에피소드들은 많이 생겼던 거 같다. 인스타로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는 즐거운 면만 전달했으니, 속사정은 몰랐을 거다.

 

매일매일 무서웠다. 사람들이 약속된 시간에 나타나지 않으면 그게 뭐든 내 탓인 것 같아 자책했다. 또 누군가가 모임과 상관없는 수다를 끝없이 이어갈 때면 어느 선에서 멈춰줘야 하는지도 항상 고민되었다. 브랜드의 핵심가치는 즐겁고 행복하게! 였는데, 핵심가치가 충분히 잘 전달되고 있나? 고민도 됐다.

 

그렇게 힘든 한 달을 보내고 나서, 나는 한 달을 쉬어가기로 한다. 모임에서 사용하는 템플릿 점검과 시스템 점검을 핑계로 다음달에 만나요! 하고 마무리했고, 인스타에도 다음달 모집은 없습니다! 라고 공지했다.

 

참여하셨던 분들께 구글닥스로 만든 설문지를 보냈고, 모임의 만족도는 어땠는지, 개선되어야 할 점은 어떤 게 있었는지, 어떤 부분이 도움이 되었는지, 다음달에도 하고 싶은지 등의 설문을 익명으로 받았다.

 

그러고나서 인스타에 게시는 안했지만, 같이 모임했던 분들중 다음달에도 하고싶다고 하신 분들 중, 참여율이 좋았던 분들 위주로 비공개로 모임을 이어갔다. 이건 그 어떤 것과는 상관없이, 그냥 내가 필요해서 모임은 쭉 이어갔다. 확실히 참여율이 좋았던 분들 위주로 꾸려나가서 그런지, 그 전만큼 힘들진 않았다. 그러다보니 또 다시 오픈해서 참여모집을 받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쉬면서 한 번 관심이 끊겼던 것을 다시 올리면, 과연 얼마나 참여모집이 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우선은 당겨보았다. 그렇게 또 한 번의 시작이 시작되었다.